2015. 9. 9. 22:58ㆍ경상도
[1509 첫째주] 포항-내연산
보경사~문수봉~삼지봉(내연산)~보경사
밤 12시
그동안 백두에서 갈고 닦아 익숙해진 무박 산행 길에 올랐다.
멀고 먼 포항, 환상적인 계곡으로 유명한 내연산으로 우리 고을인 35명이 함께했다.
반가운 님들과 잠시 헬로우 후 애쓸 필요도 없이 취침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잠깐 잔 것 같은데 도착 가까워지고 대장님의 ‘일어 나세요.’ 소리에 꿀잠에서 깨어났다.
안락한 버스취침, 아무래도 난 무박산행 체질인 것 같다.
비가 내리지 않아 안심하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보경사 옆으로 흐르는 세찬 물길에 완전 깜놀~ 내연산 첫 느낌 좋았다.
데이트하기에 딱 좋을 것 같은 편안한 길로 20여분을 오르니 깊은 계곡 사이 더블 폭포의 뷰가 근사하다.
허술하지만 느낌 있는 문수암 출입문 누각에서 잠시 머문다.
이곳부터 능선까지 1시간여를 빡세게 오른다.
대부분의 멤버들은 이 정도의 깔딱 고개는 거친 숨소리 없이 거뜬히 오른다.
우리 고을에서 산행으로 잘 단련됐기 때문인것 같다.
고갯길에서 산행 입문한지 얼마않된 님께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산행하시라 잘난체도 했다.
해발 628m의 문수봉 정상석에 이르니 괜히 신나진다.
정상석은 언제나 우리 산행인에게 큰 기쁨을 주려 멋지게 서 있는 것 같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니 시원도 했고 비를 부러 맞던 소녀적 기분 되어 우비 입기를 거부하고 걸었다.
모처럼 요미요미 귀요미 새암언니와 마음 놓고 비를 맞아 봤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 진다.
삼지봉으로 가는 오솔길이 너무도 이뻤으나 비 때문에 사진에 담지도 못했다.
이곳 다시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삼지봉에 이르렀다.
“故 권오강 여기에 잠들다.”는 나무 푯말이 보였다.
산행을 하며 더욱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지 다짐해 본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도 봤다.
세찬 바람과 함께 점점 빗줄기도 거칠어 졌다.
비바람을 피하려 기쁨을 주는 정상석에서 인증샷도 담지 않은 채 다들 부리나케 진행한다.
이렇게 비 내리는 날, 높은 곳에 있는 묘지로 벌초하러 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지나 갈림길이 나왔다.
오는 길 내내 꼼꼼히 깔아 놓았던 비표가 하필 여기에 보이지 않는다.
해오름과 함께 후미 멤버들은 좌측길을 택하여 간다.
맨 뒤에 걷던 나는 우측길에서 되돌아 내려오는 새암언니네 일당과 뭉친다.
이곳에서 우리 다섯은 폭우 속에서 졸지에 길 잃은 무리가 되어 버렸다.
벌초객들에게 물으니..
좌측 길로는 12폭에 갈 수 없고 온길로 되돌아가야 내려가는 길이 있다한다.
게다가 이렇게 비가올 땐 위험하므로 12폭으로 가면 않된다고 덧붙인다.
대장님께 전화하니..
삼지봉에서 1.2km 진행하면 비표를 2장 깔아놨으니 그리로 내려가라신다.
웬만큼 멍청하지 않다면 비표를 발견할 수 있다나 어쨌다나..
삼지봉에서 우리가 1.2km 이상을 지나왔나?
헷갈려졌고 멍청한 사람으로 돌변하여 되돌아간다.
되돌아 갔으나 없다.. 비표도 갈림길도!
삼지봉에 다시 도달하니 산행 무리들을 만난다.
함께온 멤버 4명을 잃었다며 우왕좌왕 하고 있다.
우리더러는 이정표도 없는 곳으로 가리키며 길 아는체를 해댄다. 쳇!
이사람 저사람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폭포 포기하고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꽝꽝꽝 합의한다.
혼돈 속에 있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원래 왔던 대로 되돌아 가라고 배웠지 않았던가!
그래, 우리가 폭포로 내려가다 민폐를 끼치지 않는게 잘하는거야!
올라올땐 산들산들 부드러운 산바람.. 내려갈땐 울트라슈퍼 거센 바람..
올라올땐 발걸음 조심조심.. 내려갈땐 콸콸콸 물길 막가파 걸음..
올라올때 보지 못했던 근사한 나무들이 보인다.
허술한 문수암 누각에서 비를 피해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며 급행복해 지기도 했다.
계곡 전망대에 내려오니 불어난 계곡물이 장관이다! 와우!!!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나약한 미물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비바람도 잦아지고 별님과의 톡도 터진다.
“우상님 이장님 만났어요?”
헐..이장님.. 못..만났는데..
버스에 돌아와 변신하고 있는데 해오름님이 두고 간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기 속 황당해 하는 목소리가 왠지 낯설다... 두둥!!!!
[C조 반성문]
조직의 약속을 깨뜨리고 조직에서 이탈하여 아무 생각없이 태연했던 C조 반성합니다.
추위에 손이 곱고 오돌오돌 떨게 하여 마음 아픕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멍청한 사람 되어 여러사람 애태우고 속썩였던 점 또한 깊이 반성합니다.
C조 산행은 요만큼 했습니다~~우헿
굽이 돌아가는 길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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